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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서 온 편지 (50)
느리게살기 기자    2011-12-31 21:07 죄회수  5012 추천수 0 덧글수 7 English Translation Simplified Chinese Translation Japanese Translation French Translation Russian Translation 인쇄  저장  주소복사

(마지막 일출을 보고 싶은 심정은 저 뿐이 아니었습니다. 일종의 동료의식을 느꼈습니다)


금오산에서 마지막 일출을 맞다!

처음, 새것, 만남이 주는 기쁨과 환희보다는

마지막, 헌것, 이별이 주는 애틋함과 서러움이 더 큰 무게로 다가오는 것은

저만의 일입니까?


입학보다는 졸업이,

탄생보다는 죽음이,

만나는 정거장 보다는 떠나보내는 항구가,

기다림의 깃발 보다는 이별의 손수건이 더 큰 자리를 차지하는 듯 합니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더 詩적이고

예술적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 때 전근가시는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어린 마음에 “찡”했던 가슴,

초겨울의 마지막 잎 새,

그리고 외로이 하늘을 응시하는 까치밥 감ㆍ하ㆍ나 .....


이런 것들은 마지막이 주는 엉어리입니다.


매일 뜨는 태양이지만

왠지, 마지막 태양은 다르게 떠오를 것 같았습니다.


물과 바람에 씻기고 닳아 처음 떠오른 태양의 원색과 에너지가 아닌

원숙하고 장중한 태양으로 변모되어 오를 것 같았습니다.


아침 찬 바람을 가르고 금오산에 섰습니다.


그 실상에 비해 명성은 높지 않은 남해안의 지킴이,

일출 뿐 아니라 명품 일몰까지 한 자리에서 조망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최고의 일출과 일몰 감상지입니다.

(금오산에서 출발한 봉화는 곧바로 천왕봉에 도달해서 지리산을 태우는 듯 했습니다)


무엇보다 반도의 남단을 지키고 있는 지리산 천왕봉과 마주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남해안의 정 중앙에 위치하면서

흩뿌려 놓은 수많은 섬들을 발아래 두고 있다는 것이

금오산을 더욱 금오산 되게 하는 요소입니다.


감정이입이 되었는지 모르나

태양은 전조나 이글거림도 없이 이내 엄지손톱 같이 얼굴을 내 밀더니

곧바로 치 밀어 올라와 버렸습니다.


이내 바다가 들끓기 시작하고

마치 불놀이 속에 아이들이 춤추는 듯 섬들이 뛰놀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사천만, 노량해협이 온통 태양의 강열한 에너지에

빨려 올라가는 듯 했습니다.

마치 봉화대에 불이 전달되는 듯

금오산에 첫 점화된 불이 곧바로 지리산 천왕봉을 태웠습니다.

이 불이 백두대간을 타고 올라 백두산 천지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 일출,

그곳에는 특별함도, 황홀함도 없이 매일 보던 어제의 그 태양이었고,

불과 10여 분만에 모든 ‘일출 세레모니’는 신속하게 마무리되어

일상속의 태양으로 떠올라버렸습니다.


첫 해맞이 이니 마지막 해돋이 이니 하면서 호들갑 떠는 이들에게

잠잠하고 조용하라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도 오늘처럼 한결같이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듯 했습니다.


태양은 어제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화려한 세레모니를 생략한 채 세월을 재촉할 것입니다.


새해에는 빠르게 달리는 세월 속에서 느리게, 느리게....

그리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하동에서 온 편지>가 50회로 인사드립니다.


혹독했던 한파로 온 땅이 얼어붙었을 때

<하동에서 온 편지>를 시작했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시작은 했지만 감히 지속할 수 있을지 저 자신도 의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제 귓전에 들려오는 많은 분들의 응원소리가

작은 봉우리인 50회의 고지를 밟게 했습니다.


그 응원소리가 없었던 들 기껏해야 열 번 정도로 마쳤을 것입니다.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큰 절 올려드립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올해는 저의 생애에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귀한 분들을 정말 많이 만났습니다.


전화와 이메일, 그리고 직접 대면을 하면서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것보다 더 큰 선물은 저에게 없을 것입니다.

저의 인생의 멘토가 되실 분들도 만나는 축복을 누렸습니다.

늘 교감 속에서 가르침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라고 일하고 있는 하동을

제 발로 직접 밟으면서 하동을 더 깊이 알아가고

하동과 호흡하게 된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축복이었습니다.


이런 일을 통하여 저 자신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처음에 <하동에서 온 편지>는 다른 사람에게 쓴 편지였지만

결국은 저를 위해서 저에게 쓴 편지가 되었습니다.


새해에는 섬진강을 찾아보려합니다.

데미샘에서 남해바다까지 500리입니다.


한 걸음도 빼 놓지 않고 저의 두 발로 걸으면서

섬진강이 주는 말을 가슴으로 들어보려 합니다.


새해에 <섬진강 에세이>로 찾아뵙겠습니다.

새해에 사랑과 행복이 넘치시는 삶 되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빕니다.


<하동에서 조문환 드림>

 

 (하동편지와 함께 했던 사진들)

 

 

 

 

 

 

태그  하동 조문환,금오산일출,하동사진,하동편지,섬진강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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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녀자   2012-01-03 23:30 수정삭제답글  신고
저도 애독자.. 전, 하동편지(26) 시 낭송에서 느낌이 와 닿은.. 아직까지 기분이 좋습니다. 26편 글 같은 게 참 좋아요. 시(詩)를 좋아 합니다.
느리게살기   2012-01-03 20:02 수정삭제답글  신고
관리자님 답글달기는 안되네요
느리게살기   2012-01-03 20:00 수정삭제답글  신고
해피맘님 늘 좋은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제 메일로 연락처 좀 남겨주세요. runnercho@korea.kr
느리게살기   2012-01-03 11:46 수정삭제답글  신고
 
TheFestival   2012_01-03 14:30 수정삭제  신고
댓글에 답글을 달 수 있습니다. 테스트 해 봅니다.
HappyMom   2012-01-01 01:58 수정삭제답글  신고
어쩜 일출 일몰을 이렇게 싯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한 편의 영상물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섬진강에세이도 기대됩니다. 50회 맞는 하동편지 사진보니 새록새록 담겨진 사연이 생각납니다. 감사합니다. 애독자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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