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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서 온 편지 (28)
더페스티벌    2011-08-01 죄회수 3,393 추천수 1 덧글수 4  인쇄       스크랩     신고

 

(내 투망솜씨 어때요? 피래미 탕 끓여 보신하시겠네요. 횡천강에서의 한가로운 오훕니다)


서울에서 P교수님으로부터 전화가 울렸습니다.


거기 비 많이 오죠?

여기는 비가 안 오는데요?

덥지는 않나요?

요 며칠은 여름 같지 않게 시원한 걸요?

그래요?

남쪽지방에 비가 많이 온다는 일기예보만 들으면

이제 그쪽에 있는 공무원들이 생각납니다.

 

지난 봄에 "지방 공직자로 산다는 것은"이라는 글을 읽으시고 난 후

공무원에 대한 생각을 다르게 하게 되었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P교수님도 그 분들 중에 한분이신데,

유독, 하동을 사랑하는 분이시기도 합니다.


사진작가의 예리한 감성과 예술적 감각으로

자주 하동을 렌즈에 담아 건네주시기도 하시는 분입니다.


하동을 염려해 주시고 생각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품위 있게

영어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땡큐!"

ㅋㅋ


이번 주에는 세계최고의 소나무 숲인 하동송림공원,

그리고 지방공직자로 살아가는 것이란? 그 2탄을 보내드리겠습니다.

 

(해수욕장이야, 계곡이야? 청암면 하동호 인근의 계곡입니다. 물좋고, 사람좋고...)


지금 하동에서는... 피서객과의 행복한 전쟁 중?

1년 내내 하동은 행복하지 않는 때가 없지만

아마 요즘과 같은 휴가시즌은 그 중에서도 가장 행복한 시기가 아닐까합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피서지인 화개계곡과 청암계곡

그리고 섬진강에는 요소마다 피서객이 꽈악~ 들어차 있고

한적했던 시골 동네에는 덩달아 피서차 도심을 떠나온 자녀들의 차량으로

또 한번 북적거리고 있습니다.


적어도 피서철만이라도 대중적인 관광지가 아닌 농촌과 고향으로 피서를 오시면

일석삼조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첫째, 교통체증이 없어 짜증안고 혈압 오르지 않아 건강지킬 수 있다.

둘째, 피서와 효도를 한방에 해 치울 수 있다.

셋째, 농촌경제 살리기에 톡톡한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

넷째, 농촌 어른들 이참에 사람구경 실컷 하실 수 있다.

닷섯째, 적어도 오염되지 않는 곳에서 마음껏 물놀이 할 수 있다.

여섯째, 청춘을 돌려받을 수 있다.


말씀드리고 나니 일석육조가 되어버렸습니다.

찾아보면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은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아직 피서를 떠나지 않으셨다면

농촌으로, 하동으로 오시면 일석육조의 효과를 올리시게 될 겁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하동송림공원입니다. 한 사람의 예지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솔숲에서 내려놓기를 연습하다!

고요한 아침,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나 느린 하품을 시작 할 무렵,

홀로, 수 백 년 된 솔숲을 거닐어 보셨습니까?


저 멀리, 동이 터 올 준비를 하고

가끔씩 그 빛이 하늘을 우산처럼 덮은 솔잎사이를 통해 땅에 떨어져

퇴색되어 붉게 변한 낙엽에 반사될 때 그 황홀한 눈부심은 또 어떻습니까?


숲 바로 옆에는 은빛 모래사장이 있고,

그 바로 옆에는 명경알 처럼 맑은 물결에 노니는 금빛 은어가 있다면

이는 또 어떻습니까?


그 강을 가로질러 60년대 말에 놓여 세월의 때가 묻은 육중한 철교위를

통일호 열차가 기적을 울리며 달립니다.


그 기적소리에 각양 새들의 신비한 지저귐이 운율을 맞춰준다면

이는 또 어떻습니까?


다름 아닌, 하동의 허파, 섬진강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인 하동송림을 두고

드린 말씀입니다.


같은 시기에 심겨진 나무들이지만

그 생김생김과 구부러짐이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이 없이

얼마나 각양각색인지,

마치 예술품을 감상하는 듯합니다.


이 하동송림은 한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귀중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1745년 도호부사 전천상이 백사장으로부터 날아오는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심었습니다. 


어언 3백년, 한 사람의 예지력이 먼 훗날 얼마나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지

측정조차 하기 힘듭니다.


여름에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리기도 합니다.

<소나무 생생배우기>는 나무를 통해서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게 됩니다.


명궁수(名弓手)들의 궁도장이었던 하상정에서는 <솔바람 문고>가 열려

오가는 사람들의 시심(詩心)을 자극합니다.


노송에 기대어 읽어보는 한 편의 시,

이미 그대는 시인입니다.


발걸음을 뗄 때마다 포근히 느끼는 발끝의 촉감,

소나무가 뿜어내는 자연의 향취

삼백년의 연륜에서 느끼는 장중함과 고고함,

숨조차 크게 쉬지 않고 천천히 숲을 거닐어 봅니다.


세상의 온갖 잡동사니들,

내일에 대한 염려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무거운 짐들도

이 송림에서는 하잘 것 없는 먼지같이 느껴집니다.


숲이 주는 이 안정감, 이 고요와 평온함....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숲, 강물, 낙엽 ......

새들의 것이고 바람의 것이고, 하늘의 것이다.

너의 것 마냥 활개치지마라


태고적부터 이는 바람의 것이었다.

잠시 빌려서 쓰는 것임을,

떠날 때에는 소리 없이 흔적없이

그 자리에 두고 가야할 것을

영원토록 소유할 것인 마냥 욕심 부리지 마라


이른 아침 네가 깨어나기 훨씬 전에

그들은 깨어 있었고 이 땅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밤을 자지 않고,

온갖 서리와 이슬, 모래 바람까지 맞섰다.

그랬기에, 그들만이 이 솔숲의 주인이다.


그렇다, 그러고 보니 이 숲은 또 다음 세대

삼백년 전 예지력 깊은 우리의 선조가 그랬듯이

삼백년 아니 삼천년 이후 우리의 후손들이 나와 같은 행복에서

살도록 해야 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찰라의 순간,


그러나 소나무는 우리가 떠난 뒤에도 세월을 더 오래 지켜낼 것입니다.

욕심을 내려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삼백년의 기운이 지켜주는 송림숲에 누워 시집 한 권 가슴에 얹고

소나무 잎을 하늘 삼아 초점 잃은 눈으로 시간 뭉개기 어떠세요?

 

(나 이쁘죠? 저 주사맞았어요... 파란 점은 백신접종을 했다는 표시입니다. 이쁘게 봐 주세요!)


지방공직자로 산다는 것은 (2)

  ㆍㆍㆍㆍ끝나지 않은 구제역과의 전쟁

언젠가 교회 주일학교 어린이들에게

“산불나면 누가 끄나요?”

호기심 삼아 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답은 그리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더 이상 하지 않겠습니다.

대충 짐작 하시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짚신장사와 우산장사를 둔 아들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지방공직자로 산다는 것은 비가와도, 안와도 걱정을 해야만 하는

자리에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겨울, 많은 직원들을 혹사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동료들을 저세상으로 보낸 사건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한데,

채 반년도 못 되어 "구제역 방역 근무명령"이 하달되었습니다.


아뿔싸, 또 올 것이 왔구나!

가능한 남자직원을 중심으로 차출하라는 명령입니다.

휴가로 인한 결원이 있어 자진해서 차출에 응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3~5년 정도는 매 6개월마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담당부서의 지침이었습니다.


저에게 할당된 소는 88마리, 대부분 젖소였습니다.


좁은 축사, 비와 분뇨가 섞여 뒤범벅이 된 바닥,

겁에 질린 소가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잘못하다가는 뒷발에 채이거나 머리로 들여 받치기라도 하는 날이면

중상 아니면 축 사망?일 수 있는 위기일발의 순간도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소라는 녀석들은 눈이 커서인지 겁이 많고 도망다니기에

바빴습니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주사바늘을 찔러야 하니,

오물이 튀어 옷은 물론 얼굴이며, 안경까지 .....

완전히 스타일 구겨 놓았습니다.


덕분에 오리지널 "체험 삶의현장"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겨울에 우리 젊은 직원들이 얼마나 수고를 했는지 이제야 이해할 것

같았습니다.


지방공직자로 산다는 것은 때로는 소똥을 뒤집어쓰는 하는 것이구나...


큰 공부를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요즘 소 값이 말이 아닙니다. 요새말로 똥값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식당의 쇠고기 값은 그것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가요?

가는 곳 마다 만난  주인들의 얼굴은 화난 싸움소처럼 무섭고

침울해 있었습니다.


그것 뿐 아닙니다. 소들이 어찌나 우울해 있던지

주사바늘을 피해 달아나는 소들이 너무 불쌍해 보였습니다.


화난 주인과 우울한 소....

거기에다 시간당 50밀리가 넘는 폭우가 퍼 부었으니....

제 옷에 똥 묻었다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소 한 마리는 집안의 보물이었으며 재산1호였습니다.

힘든 농사일 도맡아 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때로는 짐수레를 끌어야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의 소는 행복했던 것 같았습니다.

왜 지금의 소와 그 때의 소는 표정이 다를까? 괜한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지금의 소들은 아무 하는 일 없이 무위도식만 하는데,

그것도 더울 때에는 선풍기 켜주고, 추울 때에는 온풍기도 켜 주는데,

왜 요새 소들은 긴 얼굴에 서러워 보일까?


예전에 우리 아버지는 소가 아플 땐 소 곁을 떠나지 않고

온종일 손으로 긁어주셨으며

어떤 때는 당신이 드시던 밥까지 남겨 물에 말아 주었습니다.


겨울에는 따뜻한 소죽끓여 바치고 여름에는 산으로, 언덕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산보도 시켜주었습니다.


그런 사랑이 있었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하루 종일 일 하고도 그 다음 날 또 들판에 나갈 때에도

힘든 기색 전혀 없이 또 하루 일을 시작했었습니다.


일이 마치면 저는 자주 소를 몰고 집으로 왔는데,

오는 길에 뒤 따라 오면서 소가 얼마나 제 말을 잘 듣는지 시험하기도 했습니다.


"이랴!"하면 가고, "워!"하면 즉시 서는 것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자기보다 몇 배 덩치가 작은 꼬마의 말에 어찌나 순종을 잘 하던지...

어깨가 으쓱해졌습니다.


지금의 소는 "이랴", "워"와 같은 단어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사람과 통하는 언어가 한마디도 없습니다.


소통부재가 낳은 비극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소는 슬퍼 보이고, 주인은 화가 났나 봅니다.


사람은 태어나면 30일 안에 출생신고를 해야 하지만

소는 단 5일안에 마쳐야 합니다.


예전에는 출생 신고는 커녕 죽을 때 까지 주인과 가족이 되었는데

지금은 몸무게가 가장 많이 나갈 무렵이면 어디론가 가야하는 것이

그들을 슬프게 했던 모양입니다.


나도 소 대접 제대로 받아보자!


화난 주인과 슬픈 얼굴의 소에서 미소를 볼 수 있는 날이 있을까요?

이것 또한 지방공직자들의 임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나, 오늘 소똥 뒤집어썼다!

<하동에서 조문환 드림>

 

태그  하동, 조문환, 피서지, 하동송림공원, 지방공직자, 하동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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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   2011-08-03 23:43 수정삭제답글  신고
송아지도 태어나면 5일만에 출생신고를 해야한다?? 사람과 비교된당!!
Cheetah   2011-08-03 23:21 수정삭제답글  신고
지방공무원으로 살기가.. 덕분에 <하동에서 온 편지(11)>을 다시 한 번 읽었습니다.
할미꽃F3   2011-08-02 00:13 수정삭제답글  신고
청암면 하동호 인근 계곡이라는 곳 정말 시원해 보입니다. 고맙습니다. 어딜 갈까 생각 중이었는데..
 이 번 주에 가 보려는데.. 어찌 가야는지~ 사먹을 것과 해 먹을 것 잘 계획해서 ^^
천상녀자   2011-08-01 23:19 수정삭제답글  신고
체험 삶의 현장--같은 경험으로 지방공무원이 제대로 근무하려면 정말..
행정도 농사일도 축산일도 고기잡는일도 봉사하는일도 글쓰는일도.. 너끈히 해 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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