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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편지 제157호 우편번호
조문환 기자    2014-02-24 08:57 죄회수  4726 추천수 2 덧글수 1 English Translation Simplified Chinese Translation Japanese Translation French Translation Russian Translation 인쇄  저장  주소복사

 

하동에 지진이 났습니다.

지난 금요일 밤이었네요.

 

쿵하는 소리와 함께 집이 잠시 흔들렸습니다.

진앙지는 섬진강 건너 광양시 다압면인데, 저의 집과는 불과 2킬로도 안 되는 곳입니다.

 “산에서 돌이 내려온 줄 알았다”

“공사장에서 발파를 하는 줄 알았다”

“2층집에서 아이들이 뛰어는 소리인 줄 알았다”

“옆집에서 우리집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인 줄 알았다 ...”

 

별의별 얘기들이 많더군요.

 

저는 감각이 발달해서인지 바로 지진이라는 것을 감지했는데요,

저를 기상대로 보내주세요... 제대로 일기예보 해 드리겠습니다. ㅎㅎ

 

드디어 봄이 왔습니다.

‘드디어’라는 말을 쓰기가 부자연스럽습니다.

올해는 그만큼 겨울이 따뜻했었습니다.

 

다른 해 보다 2주 정도 매화가 빨리 피어나기 시작했네요.

가지에 물이 차오르고 실에 구슬을 꿰어 놓은 것 같이 몽오리가 생겼습니다.

 

성급한 녀석들은 하나둘씩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이 연발탄을 쏘아대는 것들이 매화나 벚꽃이지요.

곧 매화소식을 본격적으로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동네 옛 건물에 남아 있는 우편번호를 보면서 몇자 적어봅니다.

 3월에는 더욱 행복하시이소.... 煥

 

 

 

 

 

우편번호

 

나의 주소는 은하수 넘고 넘어 파란별입니다.

억만 개의 별들 가운데 용케도 잘 찾아왔습니다.

이 작은 파란별에서 반평생을 살아 왔습니다.

남은 반이 또 지나면 낮선 주소 들고 내가 떠나온 은하수를 찾아 떠날 것입니다.

 

나의 고향은 버드나무입니다.

그 곁에는 개울물이 졸졸 흐르고 코흘리개들이 책 보따리 던져놓고 뛰노는 곳입니다.

신작로 옆에 방앗간이 있고 하루 서너 번 지나는 완행버스 꽁무니엔

구름처럼 뽀얀 먼지가 향기로웠던 곳입니다.

 

나의 번지는 나뭇가지입니다.

바람이 시작되고 머물고 잠자는 곳입니다.

이 번지 들고 날 찾아오면 나는 바람과 함께 버드나무에서 놀고 있을 것입니다.

 

나의 우편번호는 어머니입니다.

이 우편번호 봉투에 써 넣고 빨간 우체통에 넣으면 엄마에게 배달될 것입니다.

어머니 전상서로 시작되는 편지지 접고 접어 오늘도 우체국으로 달려갑니다.


 

태그  하동 조문환,하동지진,하동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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