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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서 온 편지 (35)
더페스티벌    2011-09-18 죄회수 2,658 추천수 1 덧글수 3  인쇄       스크랩     신고

 

(여기를 보세요! 하나 둘 셋! 꽃 처녀군요. 오늘 메밀꽃에 취해 제정신이 아닐 겁니다)


여름의 시샘입니까? 하늘의 조화입니까?


한창 가을의 길목을 달려야 할 시기에 더위 먹은 땅덩어리가

맥을 못추는 느낌입니다.

미래학자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21세기 최대과제는 기후변화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다 익히 알고 있는 바 이지만,

이렇게 그 징후가 농후하게, 그리고 성급하게 다가올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었습니다.

하기야 지난 겨울은 거의 100년 만의 한파를 경험했었고

불과 한 달 전에는 기록적인 폭우도 얻어맞았으니

9월 중순에 겪는 극 혹서를 새삼스럽게 볼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올지,

마음 단단히 동여매고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희망은 버리지 않으렵니다.


올 가을은 그 어느 해 보다 이 가을에 미쳐 보내련다!

누가 뭐래도 가을 남자가 되어 보련다!

나의 방랑기를 제대로 발휘 해 보련다!

어떠세요? 같이 한 번 해 보시지 않으시겠어요?

그러면 공범 되는 것 아시죠?


이번 호에는 이도다완의 본 고장 진교면 사기마을과

깡촌이었던 마을에서 꽃 축제로 불과 보름 새 70만을 모으는 북천면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연꽃촬영에 몰입해 버린 젊은 사진작가.... 연꽃과 수련은 사기마을의 아이콘입니다)


사기마을, 일본 혼을 일깨운 이도다완의 본고장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그 때도 알았다면....."

살아가면서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저만의 일인가요?

한 번 씩 과거의 일들을 회상하다 "왜 그 때는 그렇게 어렸었을까?"

하는 생각에 쓴웃음이 나오곤 합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다면 .....

그러나 또 먼 미래에,

오늘의 철몰랐던 나를 생각하면서 또 웃고 있겠지요.

지금은 다 성장하고 어른이 된 것 같지만 늘 어리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사기마을을 갈 때마다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느끼곤 합니다.

여느 동네와 다를 바 없는 작은 시골마을이지만

특별한 기운이 나를 이끄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굳이 다른 모습이라면 아직도 운영되고 있는 몇몇 도요지가 있고

옛 도공들의 후예를 자처하는 도공들이 선인들이 갔던 길을 묵묵히 따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동은 세계적인 최고급 고령토산지입니다.

그래서 고대 가야와 삼국시대, 그리고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이어오면서

찬란한 자기문화를 꽃피워왔던 곳입니다.


이것이 16세기 말, 일본으로 전파되면서 일본정신을 일깨웠고

이도다완이 되어 일본의 국보로 사랑받고 있는 것입니다.


사기마을의 사발이 일본에 전래된 것은 이와 같습니다.

사기마을 그릇은 처음엔 평범한 사발이었으나

조선을 방문한 일본 선승에 의해 찻사발 용도로 일본 차회에 최초로 소개되었습니다.

일본 다인들은 조선에서 온 사발을 찻사발로서의 기능적, 심미적인 미를 인정하였고

일본차회의 신데렐라와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 후 그들은 크기와 디자인을 변형시켜 주문제작 의뢰를 하였으며

한시적으로 한정된 수량만으로 빚어져 현해탄을 건너가 이도다완이 되었습니다.

이도다완이 불후의 명작이 되기까지는

수천 년을 이어온 사기마을 도공들의 혼과 神技,

이를 알아 본 일본 다인들의 미감,

그리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전파시켜 주었던 그 시대의 파워 엘리트가

3위 일체가 되어 만들어 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1592년 임진왜란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도요지가 초토화되었을 뿐 아니라

도공들도 잡혀가게 되어 더 이상의 이도다완은 빛을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사발이 불후의 명작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여기에만 근거하지 않습니다.

우리 땅, 이 산하의 흙, 불, 물, 나무 그리고 바람이 아니었다면

아예 탄생조차 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기 마을을 방문하면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이 한껏 솟아나곤 합니다.


그러나 사기마을에 대하여 솔직히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습니다.

용이 되어 승천하느냐,

아니면 이무기로 전락하느냐?


사기마을은 분명 용이되어 승천하고도 남을 만한 조건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15세기부터 수 세기 동안 유럽을 풍미했으며

오늘날 유럽이 있게 만들었던 르네상스 사람들 못지않은

위대한 감각을 지닌 선조들이 있고,

그분들이 남겨놓은 찬란한 유산들과 아직도 식을 줄 모르는 도요지의 열기,

현해탄 넘어 일본에서 일본 정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이도다완,

무엇보다 동네 곳곳에 남아 있는 선조들의 얼이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마을에 사람냄새가 나게 하는 것뿐입니다.

아무리 찬란한 문화유산이 있다 하더라도,

신기에 가까운 예술적 혼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선조들의 후예를 자처하는 수많은 도공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속에서 사람냄새 나지 않는다면

이런 무한한 자산들도 하찮은 도구들로 치부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백 년 전, 그 위대한 선조들이 찬란한 유산을 남긴 것은

그분들이 가졌던 위대한 인간성,

혼을 다 바친 열정,

무엇보다 서로를 인정하고 격려하며 도요지 불가마보다 더 뜨거웠던 인간애,

즉 사람냄새가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사기마을에 갈 때마다

늘 컹컹거리면서 피 냄새를 쫒는 이리처럼

사기마을이 진정한 사기마을로 되기 위해서 꼭 있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 또 고민해 왔습니다.


어쩌면 첨단의 세기에

오늘의 도공들이 그 때의 도공들 보다 기예가 부족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사람냄새 풍기는 것,

네가 높아져야 내가 높아지고, 네가 귀하게 되어야 내가 귀하게 된다는

겸양의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이 사기마을의 생명을 좌우한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사기마을을 용으로 날게 하느냐,

이무기로 땅을 기어 다니게 하느냐를 결정한다고 확신합니다.

그러므로 사기마을의 운명은 외부에 있지 않을 것입니다.

오로지 사기마을을 지키고 살아가는 사기마을의 사람들 손에 달려 있습니다.


또 다른 이도다완,

아니 이도다완을 넘어 세계인의 정신을 일깨우고도 남을 명품이

사기마을에서 나올 수 있으리라는 믿음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다면........

더 이상 저와 같은 쓴 웃음 짓는 일이 사기마을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사기마을이여!

용으로 화하여 세계의 하늘로 날아올라라!

(코스모스처럼 투명한 꽃이 있을까요? 그 작은 꽃 하나에 온 우주를 담은 듯한 느낌입니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

그것을 증명해 보인 북천면의 꽃잔치!


뭐! 논에다 나락을 심지 말고 꽃을 심으라꼬?

이 무신 귀신 씬나락 까묵는 소리야!

논에는 나락을 심어야지 꽃을 심으라고 하니 이 무슨 망조고?


초등학교 다닐 때에 혼식권장을 위해 도시락검사를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쌀밥을 싸 가려고 해도 쌀이 없었기에 검사를 한다고 한들 걱정은 없었지만

지금생각하면 세상이 변해도 정말 한참 변했습니다.

쌀밥 싸오는 친구 녀석들이 부러워 부엌에서 밥을 차리시는 엄마 곁에 서서

도시락에 쌀밥을 담아 달라고 조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추석과 설 그리고 가족의 생일과 같은 특별한 날에만

쌀밥과 쇠고기국을 먹을 수 있었던 때가 이제는 먼 과거의 일이 되었습니다.

쌀은 우리민족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아무리 작은 다랭이 논이라도 벼를 심지 않고 놀리는 것은

토지에 대하여, 하늘에 대하여 죄악을 범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누나들이 쌀을 씻으면서 한 톨의 쌀이라도 바닥에 떨어져 하수구로 내려가는 날에는

엄마로부터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예전에는 가정에서 밀주를 담그는 것은 불법이어서 관에서

"술 치러 나오는 무시무시한 사건"도 있었는가 하면

쌀이 남아돌기 시작하자 드디어 쌀막거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불과 80년대에 이르러서 인 것으로 기억납니다.

9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쌀 생산은 국가적 사명과도 같았습니다.

그 정책이 얼마나 강하게 추진되었고

자치단체마다 얼마나 경쟁이 치열했으면

헬기에 경운기를 달아 올려 산답에도 벼를 심었겠습니까?

그 일이 있었던 바로 다음 해, 쌀 생산을 줄이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쌀이 남아돈다나요?

한 치의 앞을 내다보지 못한 것이 우리들 "인간"아니겠습니까?

급기야는 논에는 가급적 쌀을 심지 말고 다른 작물을 심어라,

꽃을 심어도 좋다...쌀 만큼 돈을 주겠다....

하면서 정부의 종용이 시작되었습니다.


운명의 장난이었는지는 모르나 그 첫 시범사업으로 북천면이 선정되었습니다.

첫 해에 코스모스와 메밀꽃을 심었더니 어디서 사람들이 몰려오는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응급결에 화장실도 갔다놓고, 식당도 열고, 특산물도 내다 팔고...

의외의 결과에 일을 추진했던 공무원들은 물론 주민들까지 입이 벌어지는 일이 생겼습니다.


꽃이 돈이 된다 카더라....


그 다음 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축제의 형식을 빌려 제대로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재배면적도 10만평 이상으로 확대했습니다.

어디서 그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지...

아 그렇구나! 사람들은 꽃에 미치는 구나!

꽃만 심어 놓으면 사람들은 그 곳이 어디인지는 생각지 않고 몰려왔습니다.


북천이라는 동네는 하동군에서도 인구가 가장 적은 곳 중에 하나이며 교통도 불편하고

사람들이 순수하다는 것과 기차역이 있다는 것 외에는 장점이 별로 없는 동네였습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동네가 살아나기 시작하고 전국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주민들도 눈이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메밀 전문음식점이 생겨나고

인근 다른 기차역들은 무인역으로 전락하는 마당에

유독 북천역은 폐지되기는 커녕 "코스모스역"으로 명명되는 유명세를 탔습니다.

(코스모스역으로 이름까지 바뀐 북천역.....코스모스 덕에 명문역으로 바뀌었습니다)


불과 보름동안에 2만 명이 기차로 꽃 축제를 찾아오니

그렇게 안 되려야 안 될 수 있겠습니까?

완행열차, 그 바람에 흔들거리는 코스모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노래가 절로 나오지 않겠습니까?

참 세상이 많이 변해도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

사람구경 할 수 없는 동네에 불과 보름만에 70만명 가량이 온다는 것은

쥐구멍에 볕들었다는 표현으로 밖에 다른 표현 찾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올해로 다섯 번째 꽃축제가 열렸습니다.

지난 여름의 그처럼 악조건 속에서도 코스모스와 메밀꽃은

그 순수함을 전혀 잃지 않고 예쁘게 피어났습니다.

1년 내내 이 날을 기다려온 북천 주민들,

봄부터 뙤약볕에 꽃을 키우기 위해서 흑인처럼 얼굴이 다 타 버린 북천면장님과 직원들,

이 꽃을 선물하기 위해 한 해 동안 인고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이 가을에는 완행열차로 북천에 오소서!

간이역마다 내려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한 번 쓰다듬어 보소서!

이 꽃 한송이 키우기 위해 하늘이, 바람이, 땅이

천둥과 번개를 몰고와 그 고운 색깔을 만들었나니

그 투명한 색깔을 하얀 옷에 찍어서

무서리가 내릴 적에 이 가을을 기억하고 간이역을 추억하소서!


사람들이 미쳤다고요?

꽃에 미치지 않는 사람은 사람도 아입니더.

와 보이소. 당신도 미치게 될기라예!

꽃에 미친 당신이

아.름.다.운.사.람.입.니.다!


<하동에서 조문환 드림>

 

태그  하동 조문환,북천코스모스, 메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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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11-09-24 13:51 수정삭제답글  신고
꽃은 언제나 남여노소 모두를 감동시키는 것 같아요...이 가을 여기저기에서 열리는 꽃 축제 많이 보세요....
섬진강   2011-09-20 14:24 수정삭제답글  신고
사진찍는 여자분이 이쁘네요.. ㅋㅋ
JoyB   2011-09-18 23:09 수정삭제답글  신고
북천코스모스메밀꽃축제 가고싶지만 넘 멀어여~!! ㅠㅠ 사진좀 많이 올려 주십시오^^
사진을 편리하게 관리하세요. 포토디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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