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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서 온 편지 (14)
더페스티벌    2011-04-24 죄회수 4,201 추천수 1 덧글수 2  인쇄       스크랩     신고

 

(하늘아래 첫 동네 화개면 판교마을 입구의 지리산자락) 

 

 


하동에 사는 즐거움 ....... 민감성



꽃이 떠났습니다.

현란하고 찬란했던 행적을 뒤로하고

마치 한편의 영화필름처럼 휙휙 지나가 버린 꽃의 계절이었습니다.


이제 그 자리를 신록이 대신 차지했습니다.


아직 채 초록이라고 할 수 없지만

연초록, 마치 아기의 여린 손과도 같은

연약한 잎이 살짝 얼굴을 내 밀고 있습니다.


가까이 가면 젖먹이 어린 아기의 젖 냄새라도 날 듯한 연약함입니다.


초록이면서도 초록이 아닌,

분홍이면서도 분홍이 아닌,

나무마다 이파리마다 미묘하게 다른 칼라,

어느 화가가 이처럼 섬세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요?


이맘때 섬진강변과 지리산자락에서는

시간대별로 초록의 칼라가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동의 사는 즐거움은

세상의 미묘한 변화, 칼라의 현란함,

여기에 따라 춤추는 감성,


이런 것들입니다.


비록 휘황찬란한 밤거리가 없어도,

예술의 전당, 국립중앙박물관과 같은 문화적 아이콘은 없어도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연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향연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동의 사는 즐거움은

감성의 민감성, 시간의 변화성

그리고 살아 있다는 감사함입니다. 

 

녹차가 돌아왔습니다.


지난 수요일은 곡우(穀雨)였습니다.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맘 때 부터 못자리를 마련하며 본격적으로 농사철이 시작됩니다.

곡우와 관련된 농사속담도 많이 있습니다.


“곡우에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른다”

“곡우에 비가 오면 농사에 좋지 않다”

“곡우가 넘어야 조기가 운다”


올해도 풍년은 따 놓은 당상인 것 같습니다.

날씨가 너무 청명했었습니다.


쌀값이 농비(農費)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가격이지만

풍년이 들어야 농촌이 풍요롭고, 농촌이 풍요로워야 나라가 평안하지 않을까합니다.


하동에서 곡우는 찻잎을 따는 날로 통합니다.

근년에는 온난화로 곡우이전에 찻잎을 따기도 했었지만

올해는 지난 겨울의 동해로 아직 채 찻잎이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태양이 바른 양지쪽 차 밭에는 곡우를 전후하여 찻잎채취가

시작되었습니다.


본격적인 채취는 며칠이 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때가 되면 또 하나의 장관을 연출하게 될 것입니다.

초록색 산자락에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아낙네들

차를 따면서 부르는 ‘채다가’도 울려날 것입니다.




차에 대하여 조금 더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차는 따는 시기에 따라

일반적으로 우전, 세작, 중작, 대작으로 구분됩니다.


우전은 아주 여린 잎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맛 또한 순합니다.

그러나 진짜 차 맛을 아시는 분들은 세작을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말이 나왔으니 하동녹차 선전 좀 더 하겠습니다.


하동녹차는 우리나라 녹차의 원조격입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흥덕왕 3년, 서기 828년에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대렴이

차 종자를 가져와 쌍계사 인근에 심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하동녹차를 왕의 녹차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기는 하동녹차 재배면적은 1,100ha

재배농가는 2,000농가, 그래서 대부분 가내수공업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하동녹차의 약점이기도 하지만

최대의 강점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수제차 형태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가격이 약간 비싸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만,

프리미엄급, 일종의 럭셔리를 선호하는 애호가들을 집중 공략하는

마케팅전략의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이른 아침 아직 이슬이 채 깨지도 않았던 시간에

차 밭을 나가보았습니다.


예년의 이맘 때 쯤 이면 비탈면 차 밭에는

수십 명의 차 따는 아낙네들을 볼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어렵사리 만난 차농에게 현 상황을 물어보니

작년보다 보름 이상 늦게 차를 따기는 하지만

그것도 수량이 부족해서 올해는 차 농사를 포기해야 할 정도라고 합니다.

(손자 용돈벌이에 나선 할머니, 하루에 딸 수 있는 량은 잘해야 1kg,

현재 시가로 6만원입니다. 그러나 며칠만 지나면 곧 5만원, 4만원으로 떨어집니다)


일전에 소식을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만

동해(凍害)를 입어 차 잎은 물론 심한 곳은

뿌리까지 동사를 한 곳도 심심찮게 많습니다.


섬진강변 차 밭에서 차를 따던 한 할머니는

“녹차를 팔아서 손자 용돈을 줘야 하는디 올해는 틀렸어....”하며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습니다. 

 

녹차는 지조와 정절의 상징입니다.

옛날에 딸이 시집갈 때 정조를 지키며 시집살이를 잘 하라고

부모가 차 종자를 싸 주었다고 합니다.


차나무는 옮겨 심으면 죽는 습성이 있습니다.

뿌리는 수 미터 땅 아래로 내려가는 직근성이 있고

아무리 가물어도 잘 말라 죽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난 동해는 세기적인 사건이었고

녹차도 그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녹차가 정절과 지조의 상징이듯이

이번 녹차한파를 반드시 이겨내고 새로운 중흥을 맞이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차의 원조, 하동녹차에 응원을 보내 주세요.

 

1년 농사의 첫 걸음, 못자리판 만들기



곡우를 전후해서 못자리를 만들고 본격적인 농사준비를 한다는

얘기를 드렸습니다만,


실제로 일요일 아침들녘에 나가보니 못자리 만들기가 한창이었습니다.

오후에는 바람이 불어 못자리판 만들기가 힘들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못자리 설치는 이른 아침에 시작됩니다.


저도 예전에 부모님과 못자리판 설치작업에 반 강제적으로

동원되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먼저 산에서 흙을 실어와 눈이 가는 ‘얼기미’로 흙을 고릅니다.

그 다음에 가장 고운 흙을 모판에 담고, 그 위에 씨앗을 부리는

고난도의 작업이 진행됩니다.


씨앗이 뿌려진 모판은 적당하게 물이 담긴 논에 줄 지어 설치되고

부직포를 덮어야 비로소 못자리 설치가 종료됩니다.


이런 작업은 몇 사람의 손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시기가 되면 객지에 살고 있는 자식들도 달려와 일손을 거들기도 하고

이웃과 품앗이를 하기도 합니다.


1년 농사, 못자리판 설치에 달려있습니다.  

(못자리 만들기에 서울사는 아들, 부산사는 사위까지 동원되었습니다)

 

섬진강변의 러브스토리


벚꽃이 꽃비로 마지막 운명을 다하던 어느 날,

섬진강변에서 우연히 만난 러브스토리,


저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각색해 봅니다.

물론 사실은 아닐 수 있지만....



이웃 마을에 사는 노년의 한 쌍이

강 언덕에 앉았습니다.


이 분들은 오래전에 서로 사별해서 독거하고 있었고,

서로의 이야기를 접한 두 분은

섬진강가 벚꽃이 꽃비내리는 날 만났지요.


남은 인생을 같이 행복하게 살자고 김영감님이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한번씩 긴 한숨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고,

번갈아 섰다가 앉기를 여러 번,

결국은 쓸쓸한 발걸음으로 돌아서고 말았습니다.


시집간 딸이 엄마를 뺏길 것이라는 생각에 반대를 한다구요.

서로 돌아서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워보였습니다.  

지금, 부모님께 사랑의 전화를........

 

글, 사진: 조문환/ 하동군청

태그  조문환, 하동, 섬진강, 지리산, 우전, 세작, 하동녹차, 하동야생차, 못자리판, 하동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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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살기   2011-05-01 18:25 수정삭제답글  신고
"하동에서 온 편지"에 대한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정감이 넘치는 고장 하동의 소식을 사실적으로 전달하는데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라페스타   2011-04-24 22:44 수정삭제답글  신고
섬진강변의 러브스토리가 가슴을 짠하게 만드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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