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부터 문화예술 분야에 스토리텔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무엇을 보여주고 전시하는 축제문화도 좀 더 생산적이며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스토리텔링이 주목받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문화 유산을 갖고 있는 우리에게 스토리텔링의 소재는 풍부하지만, 아직 이같은 소재가 축제에 잘 녹여져있는 사례는 많지 않다. 스토리텔링을 통한 축제가 한 단계 진화하기에는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축제를 바라보며 참여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변해야 할 것이다.
굳히 스토리텔링이나 구연(口演)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각광과 많은 관심을 받는 축제는 다른 무엇이 있다.
외국에는 카니발이라고 일반적으로 2월에 열리는 축제 형태가 있다.
그런데 매년 2월말은 기독교 문화에서 사순절이 시작되는 시기로, 4월초에 있는 부활절까지 40일간의 기간이 그것이다. 이 시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되새기는 기간으로, 특별히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며, 자신의 신앙을 회개하는 기간으로 부활절을 앞두고 전통적으로 금식과 금욕이 요구된다.
사육제라고 번역되는 카니발은 라틴어의 카르네 발레(carne vale : 고기여 안녕) 또는 카르넴 레바레 ( carnem levare : 고기를 먹지 않다) 가 어원이다. 로마시대 새로운 종교인 그리스도교를 로마인들이 믿도록 하기 위해 이들의 이교도적인 축제 문화가 더해져서 현재의 카니발의 모습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그래서 사순절 기간 직전에 기독교(카톨릭) 국가에서 행해지는 축제에는 기독교적 문화와 거리가 있는 모습을 보인다. 시끌법적한 유흥과 쾌락 등이 사순절 전의 카니발의 공통적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대표적인 카니발은 리우 카니발이다. 독특하게 삼바걸로 상징되는 이 카니발에 언론은 지구촌의 축제라며 해마다 삼바걸을 보도하기에 바쁘다. 우리나라 민속공연단도 올해 참여했다고 하는 데, 사실 그보다는 올해도 삼바걸의 사진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었을 것이다. 삼바걸이 리우 카니발에 대한 편견을 불어일으킨다 해도, 이미 그것은 리우 카니발 자체를 규정하는 독특한 코드로 자리매김해 버렸다.
로마기독교 문화에서 카니발은 고난의 기간인 사순절을 앞두고 있어,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를 드러내는 공간으로 오랫동안 인정을 받아온 셈인데, 지배계층을 제외하고 일반인들에게 일종의 욕망의 해방구 기능도 있었을 것라는 추측도 해본다. 사실 2월에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카니발이 열리는 데, 여기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즐겁게 놀고 마음껏 먹고 마시며 자신을 표현하는 데 주력한다고 한다.
카니발에는 또 다른 독특함이 있다.
반라의 무희가 춤을 추며 행진을 하든, 중세 복장이나 독특한 가면으로 행진을 하든 관광객이 함께 참여하는 퍼레이드를 통해서 카니발은 일반인과 축제와의 사이에 거리, Gap을 좁히고 즐기며, 공감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사순절을 앞두고 열리는 카니발이 갖는 풍부한 역사성은 이미 전혀 낯선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통용되며 오랜 기간동안 현재의 모습으로 진화되어 온 것이다. 리우 카니발이 포르투갈에서 브라질로 넘어온 사람들의 사순절 축제에 아프리카 노예들의 타악기 연주와 춤이 결합되어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된 것처럼 말이다. 리우 카니발에 참여하기 위해 사람들은 1년간 준비를 하며, 시 차원에서 우수 학교에 자금 지원을 하는 등 각 삼바학교들은 명예를 걸고 카니발에 참여한다.
우리 축제에도 이같은 거리 퍼레이드를 일부 보여주는 축제가 있지만, 대개 보여주는 사람만들의 공연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은 아쉬운 일이다.
전통적인 소재를 발굴하여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다양하게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 축제의 소재, 이야기가 갖는 독특함이 무엇인지, 그리고 거기에 평범한 일반인을 어떻게 참여시킬 것인지를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과정에서 스토리텔링의 힘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