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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환의 지리산별곡 제24호 풍장의 바람이 불어오게 하소서
조문환 기자    2017-12-13 11:28 죄회수  1298 추천수 4 덧글수 0 English Translation Simplified Chinese Translation Japanese Translation French Translation Russian Translation 인쇄  저장  주소복사

풍장(風葬)의 바람이 불어오게 하소서!

(광양시 백운산)

   

계절은 봄을 마무리 하고 초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겨울은 겨울의 의미를 한껏 내 것으로 소화시켰던 시간이었다.

전라(全裸)의 모습으로 북풍한설과 마주서서 스스로를 관조하는 나뭇가지들,

동녘 하늘에서부터 미명이 시작되자 하늘과 나뭇가지는 서로를 부둥켜안기 시작했다.

하늘이 있어야 나뭇가지가 보이고 나뭇가지가 있어야 하늘의 존재감이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겨울은 동면의 시간을 통하여 사고의 윤활유를 칠하는 시간이다.

잠재의식을 살찌우고 사고의 경계를 넓히며

상상력의 날개에 근육을 더하시는 시간이다.

 

그럼으로 겨울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은

나머지 계절을 행군함에 있어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고

사막에 샘솟는 파이프라인을 설치하는 것과 같다 할 것이다.

 

신록이 세상에 무게를 더한 오늘의 즈음에

지난겨울, 풍장을 치르는 듯 숨죽이고 서 있었던 옷 벗은 나뭇가지들의 산하를

신록의 세상에 살포시 포개어 본다.

 

아 빨리 이 무거운 옷들을 벗어 던지고 싶다.

지리산 자락에 산다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자연의 잉태와 출산과 성장과 그 종말을 고스란히 바라볼 수 있다는 그 관조, 짜릿함이다.

 

덩달아 내가 살아 있음을, 자연에 대한 그리움과 감사가 넘쳐 나지 않을 수 없다.

 

지리산둘레길을 돌고 난 후 그 관성의 법칙이 내 몸 안에서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리산의 지형들이 내 몸속으로 들어와 꿈틀거리고 골짜기들이 내 손바닥의 지문처럼 자리를 잡은 듯하다.

 

또다시 그 둘레길을 내가 찾아간다면

그들도 나를 손잡아 주고 나도 그들에게 좀 더 진솔하게 다가갈 것 같다.

 

이제 나는 둘레길에서 떠나 더 깊은 골짜기, 능선을 탐하려고 한다.

계곡에 나를 가두어 보기도 하고 낭떠러지에서 나를 던져 보고 싶다.

백운산은 봉대길 100번지 나의 작은 서재의 서쪽 창문에 그림처럼 걸려 있는 봉우리다.

그 앞에는 매봉이 붓 끝처럼 그 모서리가 짜릿하고

한켠 뒤로 물러 서 있는 백운산 봉우리는 뭉텅하여 크게 볼품은 없는 산이다.

 

이들은 섬진강에 발을 담그고 있어서 늘 섬진강으로부터 자양분을 공급받는다.

백운산 꼭대기는 겨울이 되면 늘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다.

지척에 두고도 가보지 못한 마음은 마치 가까이 계심에도 불구하고 찾아뵙지 못하는 부모님을 향한 미안한 마음과 비슷했다.

늘 바라만 보았다.

오월이 시작된 첫 주말, 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더 이상 견뎌 내기가 힘들어졌다.

오늘따라 바람이 세차다.

섬진강가로 나아가니 화개장터 아래 남도대교 밑으로 노고단 발 바람이 거세가 몰아친다.

 

그 바람들이 섬진강 미루나무를 건드리니 이파리들이 파르르 떨리고

그 떨리는 소리들이 섬진강 양안을 가득 채운다.

 

한재로 올라가는 긴 골짜기는 광양시 다압면 하천리와 구례군 간전면 중대리에 걸쳐 있다.

굳이 이런 것들을 따질 일은 아니지만

산은 이런 것들도 무시해 버리고 그냥 백운산이라는 이름으로 서 있다.

 

차를 중간 즈음에 세워 두고 걸어 올라가는 길목은

서울대학교 임업연구림으로서 다양한 수종들의 나무들이 잘 보존되고 있었다.

손대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기는 하지만 적절한 관리는 우리의 숲에 미래의 가치를 더하게 할 것이다.

 

한재는 구례군 따리봉과 광양시 백운산의 중간으로

지리산 천왕봉으로 가는 종주길 에서도그 움푹 들어간 부분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재가 재다웠다.

 

이 길을 통하여 진상이나 광양과 순천 지방의 사람들이 옛날에는 화개장터에 장을 보러 넘어 왔을 것이다.

한재에서니 바람이 더욱 거세다.온 몸을 바람에 맡기면 회오리를 타고 어디론가 날아갈 것 같았다.

등 뒤에서 얼마나 거세게 바람이 불어오든지 가만있어도 등을 밀어 나를 백운산에 까지 데려다 줄 것 같았다.

 

그 바람에 자연 밀식된 소나무들이 서로 부딪쳐 엉켜 붙기도 하고

아직 한창인 철쭉꽃이 바람에 후드득 떨어져 떼굴떼굴 굴러 나자빠지기도 했다.

산 아래 지역에는 4월 초에 이미 만개를 하고 그 수명이 다했을 철쭉이 아직 이곳은 한창이다.

 

한재에서 신선대를 향해 한 시간 즈음 올라가는 시간 내내 바람은 쉬지 않았다.

바람을 등지고 나부끼듯 신선대를 향한다.

등산로 양쪽에는 키 큰 야생 철쭉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서서 나를 향해 도열하고 있었다.

 

꽃들의 도열, 바람의 합창, 신선대의 호령은 그 어떤 사열보다 더 짜릿하고 감동적이었다.


신선대에 서다.

동과서가 통하고 남과 북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천왕봉에서 시작한 산들의 물결이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그 파도가 또 다른 파도를 만들어 내가 서 있는 신선대를 창일하게 만들어 버렸다.

 

순간 지리산과 백운산은 동일한 하나의 산,

같은 혈맥으로 이어져 서로 통하며 공동 운명을 띄고 있다는 생각이 내 가슴을 쳤다.

 

둘이 아니라 하나, 같은 산, 같은 혈맥이다.

이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일찍이 섬진강은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르고

백운산과 지리산을 각각 다른 산으로 구분 짓는 경계라고 사람들은 말해 왔었다.

 

그럼으로 나 또한 지리산과 백운산은 이름도 다르고 실질적으로 다른 산으로 알고 있었다.

 

손에 잡힐 듯 지리산의 주능선이 출렁인다.

노고단에서 시작하여 반야봉, 토끼봉과 형제봉, 촛대봉과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그 혈맥이

내가 서 있는 백운산으로 밀려왔다. 

 

나누고 분리시켜 버리는 습성이 나도 모르게 자연에게 까지 내 원죄를 덮어 씌워 버렸던 것이다.

 

이들에게 미안했다.

 

다시는 다른 산이라고,

다른 부류라고, 너희들은 나와 다르다고,

성분이 다르고 출생이 다르고 그 근원이 다르다고 말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백운산은 거대한 바위로 된 산이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그 찬 기운 덕분에 눈이 녹지 않고 지속할 수 있었나 보다.

밧줄을 잡고 어렵지 않고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었다.

 

여전히 지리산 주능선은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니 주능선이 만들어 내는 끊임없는 쓰나미를 내가 맞고 서 있었다.

 

섬진강은 내 발아래 그 유연한 몸놀림으로 바다를 향하고 있다.

바구리봉이라고도 하는 억불봉은 겨드랑이에 큰 바구니 하나 끼고 서 있고

내 무릎 즈음 높이에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백운산, 이는 지리산의 또 다른 이름,

나누려고 해도 나눌 수 없는 하나의 산에서

나는 내가 가진 오류들의 풍장(風葬)을 치른다.

 

낡은 사고의, 허황된 꿈의, 영원하지 못할 것들의 풍장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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