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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칼럼] 대한민국 소도시 지역축제의 두가지 딜레마 (1) - 최정철
TheFestival 기자    2016-05-25 21:07 죄회수  5950 추천수 5 덧글수 4 English Translation Simplified Chinese Translation Japanese Translation French Translation Russian Translation 인쇄  저장  주소복사

대한민국 소도시 지역 축제의 두 가지 딜레마

 <1>

문화기획자 축제연출가 / 최정철

 


1997년 부산에서 열린 제2회 동아시아경기대회. 부산시는 대회의 성대한 시작을 알리기 위해 전야제 행사를 준비하였다. 전야제는 총 3부로 나뉘어 치러졌다. 1부는 거리 퍼레이드 축제, 2부는 자갈치 시장을 끼고 늘어선 바닷가에서의 시민 잔치, 3부는 용두산 공원에서의 인기가수 초청 공연. 이때 1부와 2부 행사 연출을 맡았던 나는 그중 1부 행사인 거리 퍼레이드 축제는 글로벌하게 구성한답시고 행렬에 일본 공연물을 끼워 넣은 것이 있었다. 아와오도리(阿波踊) 마쯔리 퍼레이드. 물론 출연진은 전원 국내 모 극단 단원들이었고(아와오도리 춤을 익힌 여자 단원이 있어 출연진에게 춤을 지도해주었다). 그러니까 그것은 염치없는 이미테이션이었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면서도 어쩐 일인지 일본 쪽은 오랜 동안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던 내가 드디어 20158월 초순 휴가를 내어 일본 행 비행기를 잡아탔다. 베이스캠프는 오사카(大阪). 코스는 관서 일대의 유명 도시들을 당일치기로 돌아다니는 식으로 정했다. 일본행의 이유에는 관광도 포함되지만 실은 두 개의 축제 참관이 더 중요했다. 교토(京都)의 다이몽지(大文字) 마쯔리. 그리고 시코쿠(四國)섬의 도쿠시마(德島)에서 개최하는, 일본 3대 마쯔리 중 하나인 아와오도리(阿波踊) 마쯔리. 이중에서도 20년 전 부산에서 접했던 이미테이션 아와오도리 퍼레이드를 실물 친견하자는 욕망이 아무래도 이번 일본행을 일군 결정적 이유였다.

오사카 도착 이튿날 오후. 고속버스로 2시간 30분 만에 도착한 도쿠시마. 터미널 바로 근처의 중심 거리에서는 이미 서너 덩어리의 행렬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거리에서의 시연을 시작하고 있었다. ‘야또~ 야또~ 야또샤를 외치며 앙증맞도록 귀여운 춤을 추는 여인네들. 익살스러운 사위의 춤을 추며 여인네들을 이끄는 남정네들. 해가 지고 달이 뜨도록 그 뜨거운 여름날을 달구고 또 달구는 이들의 축제 열기. 그것을 목마른 사슴 마냥 여기 저기 헤집고 다니며 즐기는 동안 나는 문득문득 한숨을 내쉬어야 했으니······

아와오도리 마쯔리의 주인공인 행렬 출연진.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20년 전 우리네 부산에서처럼 어린 연극쟁이들일까? 아니면 출연료 받고 퍼레이드를 대행해 주는 전문 무용수들일까? 잘 알고 있을 것이니, 이들은 전원 도쿠시마 사람들이다. 주로 상인들이고(물론 관광객들도 의상 갖추고 참여할 수 있다). 곧 축제의 주체는 그 지역 주민이고 그럼으로써 아와오도리 축제는 그들이 즐기는 축제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불변의 명제 하나를 건질 수 있다. 지역 축제의 생명력은 그 지역 주민이 얼마나 신명내어 즐기느냐 하는 것에 달려있다, 라는.

이제 아와오도리 축제라는 거울에 비친 우리네 현상을 돌아보자(이것 때문에 내가 도쿠시마 거리에서 연신 장탄식을 한 것이다). 일본 마쯔리는 지역 주민이 주인공 되어 즐기는 것에 반해 대한민국 지역 주민들은 축제에서 어떤 지위에 있으며 어떤 기능을 수행하고 있을까? 대도시에서야 그런 짓 하지 않고 또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이 논제에서는 제외하기로 하고, 인구 수 10만 안짝의 소도시들을 한정 대상으로 하여 두 가지 논제만 놓고 중언부언 해보겠다. 사실 이 두 가지만 개선되면 대한민국 지역 축제, 장담하건대 품격 급상승함과 동시에 대박날 것이다.

 

첫 번째 논제, 우리네 기초단체 선출직과 지역 축제와의 눈물 나도록 끈적거리는 상관성

1995, 35년 만에 지방자치제도가 어렵사리 부활됨에 따라 그 해 광역 및 기초단체장 선거가 실시되었다(광역 및 기초의회의원 선거는 이미 1991년에 개시되었고). 이때에 맞추어 지역 곳곳에서 저마다의 지역형 축제 개발 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주로 지역 전승 스토리나 유적지, 관광지, 농특산물 등이 축제 소재가 되었고. 중진국을 넘어서고 있다 보니 이제는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되었겠다, 언필칭 마이카 시대도 열렸겠다, 이제는 국민 여가 문화 진흥이라는 화두가 온 나라에 급속 확산되다보니 그에 맞추어 전국 기초단체에서 개최하는 각종 축제들이 지화자 덩실덩실 신명 춤을 추어대는지라 바야흐로 축제의 나라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즈음의 지역 축제들은 대부분 기초단체장의 결단에 의해 시행된 선심형 축제였다는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라는 것. 물론 중구난방 백화만발 선심형 축제가 물론 무익한 것만은 아니었다. 당연히 관광객 유치에 농특산물 매출 신장 등에 의해 최소한 지역 경제가 축제 기간을 전후하여 최소 한 차례씩은 출렁거리곤 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런 현상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고,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갖가지 기행과 함께 우리네 지역 축제는 처음부터 가죽 안에 좀이 슬면서 출발했음이니, 이제 그 이야기를 봄날 땡볕에 서캐 잡듯 해볼까 한다.

지역 축제에서 가장 핵심 프로그램은 과연 지역의 스토리나 주제 혹은 철학이 담긴 특정 프로그램일까? 절대 아니다. 바로 개막식이다. 그리고 이 개막식에 조상님네 음덕에까지 빌고 빌며 목매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축제 담당 공무원들이다.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축제 담당 공무원들 관점에서)는 곧 축사 진행이다.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과 축제 추진위원장의 축사도 중요하지만 선출직 분들, 즉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장의 지역 주민과의 눈도장 찍기연설이 더 중요하다. 이 하이라이트에 삭풍 몰아치는 허허벌판 객석을 마련했다? 그 담당 공무원들, 당분간 진급 포기해야 한다. 심하면 다음 조직 개편 때 외지로 좌천당하기까지 한다. 의회 건물 쪽 언저리에는 얼씬도 말아야 의장, 의원들로부터 목숨 부지한다. 급기야 조상 묘 자리까지 뒤숭숭해진다. 그러니 담당 공무원들, 그 끔찍한 재앙을 어찌 남일 마냥 속 편히 받아들이겠는가? 그래서 그들이 용감하게 구사하는 전략이 바로 지역 주민 동원이다. 읍면동 단위로 버스 지원하고 개막 당일 아침부터 총출동, 주민들을 바리바리 실어 날라 좌석 채운다. 그래도 혹 모르기 때문에 공무원 전원이 여차하면 뛰어들기 위해 객석주변에 포진도 하고 말이다.

여기에 절대적 추가 옵션 하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고귀하신 주민들 모셔오려면 개막식에 연예인 초청 축하공연,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것 없으면 주민 동원?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다. 그러다 보니 개막식의 실질적 주인공은 통장에 거금의 출연료 입금된 것 확인하고 나타나는 연예인들이다. 주민들은 철저한 관객 신세가 되는 것이고. 결국 개막식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위문 잔치 성격으로 처해지는 것이 운명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선출직들의 주민 눈도장 찍기, 담당 공무원의 주민 동원으로 목숨 부지하기, 주민들의 인기 연예인 실물 관람에의 욕망, 이 세 가지 충족 요건이 삼박자로 잘도 맞아 돌아가 탄생하는 것이 오늘 날 우리네 소도시 지역 축제들의 우아한 개막식 모습이고, 그렇게 개막식이 성황리에 끝나면 선출직과 공무원들, “올 축제 농사도 풍년이여~!” 만세 부른다. 아직 축제 일정이 눈 시퍼렇게 뜨고 남아있는데도 말이다.

기막힌 장면, 또 있다. 개막식에는 각종(?) VIP 들이 대거 초청된다. 그 규모가 물경 많게는 80~100명이다. 선출직 분들의 축사도 중요하지만, 이들 또한 살얼음판 걷듯 정성들여 모셔야 한다. 즉 그들을 관객들에게 일일이 소개해줌으로써 을 세워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출직 분들의 축사 순서에 앞서 먼저 VIP 소개가 전개된다. 한 사람 한 사람 일일이 현재의 직함과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그 방법이고. 그렇게 호명된 그들은 앞 서거라 뒤 서거라 일어나 인사하고 또 이에 관객들은 빠짐없이 꼬박꼬박 박수 쳐 준다. 이런 식으로 관객들 손모가지 부러져 나가는 박수 퍼레이드 듀레이션이 짧아도 20~30분이나 되다 보니 이것은 거의 고난의 행군이다. 그런 까닭에 개막식은 VIP 소개에 혼수상태가 되고 선출직 분들 축사에 숨이 넘어가니 결국 산소호흡기 들이대어야 한다. 이런 참담함으로 인해 축제는 신명 분위기는 언감생심이요 개시부터 초상집 분위기에 빠지고 만다. 그렇다고 이와 같은 대규모 VIP 모시기를 배제할 수만도 없다. 그것이 곧 어쩔 수 없는 지역 정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해 전부터 시도되고 있는 방식이 있다. 듣기 좋은 배경음악 깔고 VIP 명단을 무대 위 LED 전광판을 이용, 스크롤링 자막으로 보여주기. 오타도 사전에 충분히 확인 가능하고 개막식 직전 누가 왔나 빠졌나 의전담당 공무원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할 필요도 없다. 오든 말든 총무과에서 넘어 온 명단, 무조건 몽땅 올려 한 방에 스크롤링 자막으로 처리하면 된다. 이 방법이면, 일일이 호명하는 방식을 쓸 때 누구 한 사람 혹여 빼먹거나 발음 잘못 불리어 바로 그 다음 날 시장(혹은 군수)실이 도떼기 시장판 되고 한 동안 시장(혹은 군수)에 대한 욕이 그 촘촘한 밀착형 지역 사회에서 회오리바람으로 돌아다니게 되는 대재앙을 거의 완벽하게 방지할 수 있다. 21세기 선진 축제 나라 대한민국에서만 행해지고 있는 세련된 VIP 의전 전략이다. 어쨌든 간에, 축사 진행과 VIP 소개 때 박수 쳐주기 용도로 동원되는 지역 주민들이 안타깝고 안타깝기만 하니, 언제까지 이런 끔찍한 장면을 봐줘야 할 지 장탄식이 아깝지 않을 뿐이다.

한 가지 더. 주민들을 동원하는 것에는 잡음이 일어나기 마련인 바, 대부분의 지역 축제가 봄가을에 열리는 고로 이때가 바로 농번기다. 그러다 보니 봄에는 한창 모 내랴 물 대랴 내 마누라인지 옆집 마누라인지 모를 정도로 바쁘고, 가을에는 수확하랴 내다 팔랴 네가 가서 내 똥 눠다오 할 정도로 바쁜 터이다. 그런 때에 축제 행사장에 동원되어야 하니, 하루가 금값인 그들로서는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축제에서 본 장면. 개막식 전 축제 담당과장을 찾아내어 농번기 때 왜 주민 동원하느냐고 삿대질과 함께 따지던 어느 마을 이장님. 축제를 통한 주민 화합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었다. 이렇듯 인구 10만 안짝 소도시에서 행해지는 지역 축제의 핵심 코드는 곧 행정이지 결코 문화가 아니다.


익히 알고 있듯이 일본의 수만 개 축제의 주인공은 바로 지역 주민이라는 것. 그들이 축제의 주체가 되어 출연과 운영을 책임지는 방식. 해당 관청은 그저 홍보 마케팅에만 집중하는 방식. 어디 일본뿐이겠는가. 전 세계적으로 명성 좀 얻는다 싶은 대부분의 축제는 바로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전히 장탄식이 그 대답이겠다.

- <2>편에 계속

태그  최정철 축제컬럼, 일본 마쯔리,아와오도리마츠리,도쿠시마,연예인,지방자치제도,축제개막식,최정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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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   2016-06-06 18:52 수정삭제답글  신고
네가 가서 내 똥 눠다오.. 이렇게 바쁜 일손을 뒤로하고 놀 수는 없지요 농한기인 가을 추수 이후면 몰라도..
sola   2016-05-29 18:26 수정삭제답글  신고
지역주민의 참여와 화합 그리고 신명나는 소리와 수준높은 예술이 있어야 축제 아닌가 싶네요
SoriEL   2016-05-29 18:22 수정삭제답글  신고
아무나 축제를 한다고 대드는 게 문제지요.. 축제는 아무나 맹그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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